좋은 기능을 만들면 고객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고객이 불편하다고 했던 부분을 개선하고, 요청이 많았던 기능을 추가하고, 사용하기 어려웠던 화면을 더 편리하게 바꾸면 제품은 조금씩 좋아질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겨요.
기능은 분명 좋아졌는데 고객 수는 크게 늘지 않아요. 공들여 출시한 기능의 사용률은 기대보다 낮고, 고객 반응도 생각만큼 뜨겁지 않아요. 팀은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제품의 성장은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기능을 더 잘 만들면 제품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거라는 생각이 틀렸던 걸까요?
저는 제품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이 질문을 여러 번 마주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좋은 기능을 만드는 것과 고객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라는 점이에요.
15초 요약
고객이 좋아할 만한 기능을 만드는 것만으로 제품이 성장하지는 않아요. 중요한 것은 그 기능이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실제 행동을 어떻게 바꾸며, 제품과 비즈니스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예요. 제품의 성장은 기능의 개수가 아니라 고객 행동의 변화에서 시작돼요.
Y's Insight
오늘의 Y's Insight는 커머스·플랫폼·콘텐츠·AI 서비스에서 18년 이상 프로덕트와 조직을 이끌어 온 이경애 님이 작성했습니다.
카카오, 배달의민족, 캐치테이블, 무신사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제품 전략과 성장, 프로덕트 조직 리딩을 경험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주 마주하는 질문, '좋은 기능을 만들었는데 왜 제품은 성장하지 않을까?'를 통해 기능 중심의 사고에서 고객 행동 중심의 사고로 전환하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근데 말이죠
고객이 원한다는 기능을 만들었는데요
제품을 만들다 보면 고객의 목소리를 자주 듣게 돼요.
고객센터에는 비슷한 문의가 반복해서 들어오고, 사용자 인터뷰에서는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영업이나 사업 조직에서는 고객사가 꼭 필요로 하는 기능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이런 요청을 듣고 있으면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고객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개선하고, 요청이 많은 기능을 추가하면 되니까요.
물론 고객의 목소리는 중요해요. 실제로 고객이 겪는 문제를 발견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더 해볼 필요가 있어요.
고객이 요청한 기능을 만드는 것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항상 같은 일일까요?
예를 들어 볼게요.
어떤 서비스에서 고객이 검색 기능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해요. 검색 결과가 원하는 것과 다르고, 원하는 정보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였어요.
팀은 이 요청을 해결하기 위해 검색 필터를 추가하고, 정렬 옵션을 늘리고, 검색 결과 화면을 개선했어요. 기능은 더 다양해졌고,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많아졌어요.
그런데도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크게 줄지 않았어요.
왜일까요?
고객이 원했던 것은 더 많은 필터가 아니었을 수도 있어요.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거나, 검색 결과를 비교할 기준이 없거나, 원하는 정보가 검색 결과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였을 수도 있어요.
팀은 고객의 요청을 해결했지만, 고객이 겪던 문제는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거예요.
기능은 추가됐지만 고객의 경험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거죠.
기능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가 되는 순간
이런 상황은 제품 조직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해요.
기능을 출시하면 완료 여부가 명확해요. 개발이 끝났는지, 일정에 맞춰 배포했는지, 요구사항이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반면 고객의 문제가 해결됐는지는 훨씬 복잡해요.
기능을 출시했다고 고객이 반드시 사용하는 것은 아니에요. 사용하더라도 기존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고, 잠깐 사용한 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조직에서는 출시 자체가 중요한 성과로 다뤄질 때가 있어요.
일정에 맞춰 출시했고, 요구사항을 충족했고, 큰 오류 없이 배포했다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난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제품의 관점에서 보면 출시 이후가 더 중요할 수 있어요.
고객이 실제로 그 기능을 발견했는지, 사용했는지, 이전보다 더 쉽게 목적을 달성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다시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로 이어졌는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기능을 만드는 일은 제품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에요. 그 자체가 제품의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기능의 성공을 판단해야 할까요?
기능이 아니라 행동을 바라봐야 해요
저는 제품을 고민할 때 질문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기능을 만들까?'에서 시작하는 대신, '고객이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고, 무엇이 달라지길 바라는가?'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커머스 서비스에서 상품 비교 기능을 만든다고 생각해 볼게요.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 목표예요. 비교 버튼을 만들고, 상품 정보를 나란히 보여주고, 가격과 옵션을 확인할 수 있게 하면 돼요.
하지만 이 기능을 통해 고객이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돕고 싶다면 질문이 달라져요.
고객은 상품을 비교할 때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요? 여러 상품의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까요? 자신에게 중요한 기준을 모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비교를 마친 뒤에도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는 걸까요?
이 문제에 따라 필요한 해결책은 달라져요.
정보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핵심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수 있어요. 비교 기준이 불분명하다면 고객의 상황에 맞는 판단 기준을 제공하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죠.
같은 '상품 비교'라는 목표라도 고객의 문제에 따라 제품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기능을 출시한 뒤에는 실제로 고객의 행동이 달라졌는지 확인해야 해요.
상품 비교 기능을 사용한 고객이 더 빠르게 선택하는지, 구매 전환율이 높아지는지, 구매 후 만족도가 개선되는지 살펴볼 수 있겠죠.
물론 모든 기능이 즉각적인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기능은 고객의 탐색을 돕고, 어떤 기능은 신뢰를 쌓으며, 어떤 기능은 장기적인 재방문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기능마다 기대하는 행동 변화와 성과를 명확히 하는 거예요.
기능을 출시했다는 사실보다, 그 기능이 고객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을 먼저 만들어야 할까요?
여기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겨요.
고객에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러 개라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어요. 시간과 개발 리소스는 제한되어 있고, 조직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도 다르니까요.
고객이 많이 요청하는 기능을 먼저 만들어야 할까요? 개발하기 쉬운 기능부터 출시해야 할까요? 아니면 비즈니스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기능을 선택해야 할까요?
저는 이때 단순히 요청의 수나 개발 난이도만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먼저 그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봐야 해요. 얼마나 많은 고객이 영향을 받는지, 고객의 목표 달성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해결했을 때 고객과 비즈니스에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비교해야 해요.
꼭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기존 화면의 정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도 있고, 복잡한 절차를 줄이거나 고객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어요.
때로는 기능을 추가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일 수도 있어요.
좋은 PM은 많은 기능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으로 가장 중요한 고객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사람이니까요.
제품의 성장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제품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능도 필요하고, 기술적인 개선도 필요해요.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개선해야 하죠.
하지만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어요.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그 문제가 해결되면 고객의 행동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그리고 그 변화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기능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더라도 제품이 성장하지 않을 수 있어요.
반대로 고객의 문제와 기대하는 행동 변화를 명확히 이해한다면, 반드시 크고 새로운 기능을 만들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개선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제품의 성장은 기능을 하나 더 추가하는 순간에 시작되는 것이 아닐지도 몰라요.
고객이 겪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했을 때 달라질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순간부터 시작될 수 있어요.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기능 그 자체가 아니라 고객에게 일어날 변화예요.
좋은 기능을 만드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기능이 고객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 끝까지 확인하는 것.
저는 그것이 제품을 만드는 사람과 제품을 성장시키는 사람의 차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열심히 만든 기능이 기대만큼 사용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나요? 그때 돌아보면 기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하려던 고객의 문제를 잘못 이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