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PM HD님의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스타트업과의 미팅을 앞두고 시장조사를 준비해 갔는데, "조금 제너럴하다"는 피드백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자료를 다시 보니 확증편향된 조사를 해갔다는 것을 깨달으셨고, 이후 관련 도메인을 넓게 랜덤하게 조사했더니 오히려 더 좋은 관점이 나왔다는 경험을 하셨다고 하고요.
그래서 이런 질문을 주셨습니다. "시장조사는 랜덤하게 많이 할수록 좋은 걸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먼저 한 가지 짚고 시작하겠습니다.
제너럴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해서 조사를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시장조사가 다루는 범위 자체가 넓기 때문입니다.
15초 요약
시장은 보이는데 고객이 보이지 않는다면, 조사를 못한 게 아니라 아직 다음 단계가 남은 것입니다.
Y's Insight
시장조사가 답해주는 것과
답해주지 못하는 것
시장조사가 무엇을 알려주는지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이 시장이 얼마나 큰지, 어떤 플레이어들이 경쟁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넓은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시장조사 결과는 자연스럽게 넓고 일반적인 형태를 띱니다. 이건 조사의 완성도 문제가 아니라 조사가 다루는 범위의 특성입니다.
미팅에서 제너럴하다는 피드백이 나왔다면, 시장조사 자료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조사는 지도와 비슷합니다. 이 지역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려줍니다. 다만 지도만 봐서는 그 골목에 사는 특정한 사람이 매일 어떤 불편을 겪는지까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것은
시장 전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장조사로 알 수 있는 것과 알기 어려운 것을 나눠보겠습니다.
알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이 시장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지금 어떤 제품들이 경쟁하고 있는지, 어떤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그 시장 안의 특정한 그룹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겪는지, 그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특정 고객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시장조사 자료만으로 방향을 논의하면 이런 흐름이 되기 쉽습니다. 시장 구조는 설명이 되는데, 그 안에서 우리가 겨냥하는 고객이 누구인지가 선명해지지 않습니다.
시장은 보이는데 고객이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확증편향은
조사의 폭을 더 좁힙니다
HD님이 짚어주신 확증편향은 실제로 작동합니다.
염두에 둔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지지하는 데이터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시장이 크다, 성장하고 있다, 경쟁자가 아직 적다. 이런 자료들이 자연스럽게 모입니다.
반대되는 신호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자료의 양은 많은데 방향이 한쪽으로 쏠린 상태가 됩니다. 이것이 제너럴하게 느껴지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넓게 조사했을 때 새로운 관점이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랜덤하게 많이 봤기 때문이라기보다, 좁아져 있던 시야가 다시 열렸기 때문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연결고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뾰족한 문제 정의는
시장조사 다음 단계에서 나옵니다
시장조사는 방향을 잡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다만 거기서 끝나면 문제 정의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시장조사로 이 시장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파악했다면, 다음은 그 사람들 안으로 들어가는 단계입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이 문제를 마주하는지,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 그 방식의 어떤 부분에서 불편을 느끼는지, 그 불편이 시간이나 비용을 들여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수준인지.
이런 내용은 시장 데이터에서 나오기 어렵습니다. 그 사람을 직접 들여다봐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팅에서 설득력이 생기는 자료는 이 두 가지가 이어진 형태입니다. 시장 구조를 설명하고, 그 안의 특정 고객이 겪는 문제로 좁혀 들어가는 구성입니다. 넓은 이야기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로 이동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면, 제너럴하다는 인상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이런 액션을 취해보세요
시장조사를 마친 뒤, 이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시장에서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가장 심하게 겪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구체적인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시장 파악은 되었지만 문제 정의는 아직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 사람의 하루를 구체적으로 그려보세요.
직군이나 연령대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입니다. 이 문제가 언제 발생하는지, 그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번거로운지. 이 장면이 그려지면 문제가 뾰족해진 것입니다.
조사를 마치고 확증편향을 점검해보세요.
"내가 기대했던 방향의 자료만 모은 것은 아닌가?" "이 방향이 어려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만들어보면 조사의 균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근데 말이죠
반대로 시장조사 없이 고객만 들여다보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시장 맥락 없이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들으면, 그 문제가 이 시장에서 얼마나 보편적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특정 개인의 상황인지, 시장 전반의 문제인지를 구분하려면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결국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순서의 문제입니다.
시장조사로 큰 그림을 잡고, 그 안에서 뾰족한 문제를 찾는 것은 고객을 직접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두 가지가 이어질 때 구체적인 자료가 만들어집니다.
시장조사만으로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면, 조사를 더 하기보다 한 사람 안으로 들어가 보는 편이 빠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