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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Insight#30

결국은 사람이다

조력자 · 성장2026.08.28

저를 성장시킨 건 회사가 올려준 처우가 아니라,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어요. 요즘 힘든 시간을 지나면서 그걸 더 또렷이 느낍니다.

지난 제 글에선, 지금이라면 하지 않을 선택들로 얻은 것 중 하나를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못했던 것 같지만, 다시 회고해봐도 그 어떤 것보다 값져요.

사실 저는 요즘 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자처한 일이기도 하고, 애써 외면한 문제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오늘 글은 좀 무거울 수 있는데, 동료와 상사들 덕분에 딛고 일어난 많은 경험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15초 요약

  • 저를 성장시킨 건 회사가 올려준 처우가 아니라,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어요.
  • 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동료, 된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쳐준 상사, 그리고 무너진 저를 보듬어 준 상사. 오늘은 이 세 사람 얘기예요.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자아실현 (Self-actualization) — 매슬로 욕구 단계의 맨 위. 자기 잠재력을 펼치며 '되고 싶은 나'가 되어가는 걸 말해요. 누군가는 "그걸 왜 회사에서 하냐"고 하지만요.
  • 에스컬레이션 온 타임 (Escalation on Time) — 문제가 터지기 전에 조짐을 알리고, 도움이 필요한 때에 상사의 손을 빌려 일이 추진력을 잃지 않게 하는 것. 세 번째 이야기의 열쇠말이에요.

Y's Insight

왜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하냐고요?

사람은 실수를 합니다.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을 스스로 배워서 적응해나가는 곳이 직장이고, 그게 학교와 다른 점이죠.

혹자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하고 있냐"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학교에서 미처 배우지 못한 것이든, 제가 계속 성장해나가는 사람이어서인지, 회사라는 공간이 저에게 너무나 중요해진 건지. 어쨌든 저는 회사에서도 성장해 왔습니다.

아주 운이 좋게도, 항상 조력자가 있었어요. 저를 일으켜 세워준 사람들을 세 유형으로 나눠볼게요.

하나,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동료

제가 자주 하는 실수는, 회사도 사람이 다니는 공간이라는 걸 망각한다는 거예요. 누군가와 어울리고 상대와 티키타카하는 대화를 모두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일이 되는 방향에만 집중하고, 사적인 교류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에요. 대화를 해도 정말 표면적으로만 하게 되는데요. 이렇다 보니 될 일도 안 되게 만드는 경우가 있고, 오해를 사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런 저를 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던 동료가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쿠팡, 그린랩스, 무신사까지 함께 이동하게 되어 동고동락했는데요. 저를 참 좋게 생각해주고 좋게 말해주던, 아주 사교성 좋은 동료예요. 많은 사람이 그와 식사나 술자리를 함께하고 싶어 했어요. 그 동료는 어김없이 괜찮은 조합의 식사 자리에 저를 꼭 초대해서는, 겉도는 저를 두고 얼마나 속이 괜찮은 사람인지 남들 앞에서 칭찬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걸 도와줬어요.

이런 동료, 다시는 만나기 어렵겠죠. 그와 함께 일했던 회사들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그분과 같이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돌아갈 것 같긴 합니다. 여러분도 이런 동료가 있으신가요?

둘, 나를 성장시키는 상사

이건 율(Yul)님 이야기입니다. PM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 율님을 만났어요. 정말 호랑이 같은 분이었고, 율님보다 훨씬 나이가 있어 보이는 분들조차 율님의 말에 경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보이고 싶다'와 '여기서 적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참 열심히 말 잘 들었던 것 같아요 ㅎㅎ.

그런데 생각보다 일과 관련된 것 외에도 얻은 게 많았어요. 한번은 율님한테 혼난 적이 있는데요. 제가 팀에 온 지 몇 개월 안 되었을 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떤 태도에 대해 지적을 받았고,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율님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제 대답이… "아마도 운영팀에서 일했을 때 이러저러하게 행동해서, 그 조직 특성상 하던 버릇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었어요. 그때 율님이 크게 꾸짖었어요. "운영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지는 않다. 너는 왜 네가 떠나온 조직에 대해 저자세를 취하거나, 저평가될 말을 하냐"고요.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듣고 나서 알았어요. 내가 무엇을 높고 낮다고 생각하는지가 다 드러나고 있었고, 그게 다른 사람에게도 비치고 있었고, 얼마나 경솔한 것이었는지를요.

율님과는 여러 일화가 많은데, 단순히 일 잘하는 법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괜찮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셋, 나를 나 자체로 바라보는 상사

이건 지금 상사와의 이야기인데요. 직감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지만, 제가 요즘 개인적으로 여유가 많이 없는 시기여서 제대로 교류는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잘할 수 있는데도 과정도 결과도 보여주지 못했고, 많이 길을 잃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방황하는 제가… Lead PM이기도 하고, 회사도 정말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어서… 스스로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분은 저를 계속 눈여겨보셨나 봐요. 이전 조직에서의 평가도 인정해 주시면서 말이에요.

결국, 저는 얼마 전 면담에서 퇴사 의사를 밝혔어요. 이 대화 전까지도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는 말하지 못하고, 겉도는 일에 대한 1:1만 수차례 진행하고 있었어요. 즉, 제가 Escalation on time을 하지 못했는데, 제 상사는 저를 잘 아는 사람처럼 제 부족한 모든 점들을 커버하고 있었어요. 정말 모든 부분에서 말이에요. 감사했어요.

제 상사는 저와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눈 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어날 때까지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물론, 아쉬운 점도 객관적으로 짚어주셨습니다. 마음이 참 무거웠어요.

이렇게 쓰면 "회사에 너무 기대는 거 아니냐", "결국 좋은 사람 만난 운 아니냐" 하실 수 있어요. 그럴지도 몰라요.

아직 제 생각이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리더들이든, 저를 성장하고 반성하고 홀로서기할 수 있게 만들어준 건, 회사에서 올려준 처우가 아니라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입니다. 적이었던 사람이 마침내 내 편이 되는 걸 느끼는 그 순간도 정말 짜릿하고요. 회사 생활은 결국 사람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주 예전에, 그걸 모르던 저에게 파커(Parker)님이 해주셨던 말처럼요…

근데 말이죠

좋은 기회를 얻어서 생각을 바로 정리하고, 다시 일하고 싶어서 미치겠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래야만 할 것 같네요.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것보다, 사람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환경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을 지금의 당신으로 만든 건, 처우였나요, 사람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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