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연자: 5년차 마케터 + 서비스 기획 겸직
- 질문 작성일: 2026년 5월 3일
- 산업군: 시리즈 A 스타트업
- 고민 유형: 평가 피드백 / 임팩트 정의 / 자가 진단
- 답변자: 멘토 율 (이율희)
사연자 고민
5년차고, 시리즈 A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입사했다가 1년 전부터 서비스 기획도 같이 맡고 있어요. 인원이 적은 회사라 마케팅 캠페인 돌리면서 프로덕트 개선 기획·릴리즈까지 다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 "일은 빠르고 꼼꼼하게 처리하는데, 임팩트가 잘 안 보인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등급은 중하위, 연봉은 동결이고요. 옆 팀 비슷한 연차 동료는 평가도 잘 받고 연봉도 오른 것 같더라구요. 일을 더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솔직히 "이거 나가라는 신호인가" 불안해지기까지 해요. 그래도 회사 일이 재미있고 동료들도 좋아서 잘 다니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다르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응답하라 PM100
고민의 본질
먼저 "이거 나가라는 신호인가"부터 정리할게요. 진짜 나가라는 신호는 따로 있어요. 피드백 자체가 끊기고, 맡고 있던 일이 하나씩 빠지기 시작하고, 회의에 잘 안 부르고, 매니저가 1on1 횟수를 줄이는 거예요. 면담에서 한 줄짜리 피드백을 주는 건 그 단계 아니에요. 평가자가 본인을 아직 다음 사이클에 두고 보고 있다는 뜻이에요.
연봉 동결은 분명 강한 메시지예요. 다만 그 메시지는 "나가라"보다는 "다음 사이클엔 임팩트로 증명해라"에 더 가까워요. 정말 내보낼 사람한텐 동결이 아니라 다른 액션이 들어가요.
그러니까 진짜 풀어야 할 건 "이거 나가라는 건가"가 아니라, "임팩트 없다"는 한 줄이 어디서 나왔는가예요. 이게 다음 사이클을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한 줄이에요.
"임팩트 없다"는 한 단어로 정리되지만, 그 뒤에 깔린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에요. 보통 다섯 가지 정도가 같은 모양으로 평가에 나와요. 어느 원인인지를 가르지 않고 "더 열심히, 더 큰 일"로 가면 1년 뒤에 거의 똑같은 피드백을 또 받아요.
흔한 원인 다섯
하나. 결과는 있는데 인정이 안 되는 경우. 출시했고 지표도 어느 정도 움직였는데, 상사 머릿속 "이번 분기에 우리 팀이 만든 변화" 그림에 안 들어가요. 푼 문제와 조직이 풀고 싶어 하는 문제의 우선순위가 어긋났거나, 결과 패키징·소통이 약한 경우예요.
둘. 출시는 했는데 진짜 결과가 없는 경우. 기획·실행은 깔끔한데 출시 후 한 달이 지나도 핵심 지표가 안 움직여요. 그 위 단계에서 "이게 진짜 고객 문제가 맞나"가 검증 안 된 채로 만들어진 거예요.
셋. 일은 많이 했는데 사이즈가 작은 경우. 일을 안 한 게 아니라, 잡은 일들이 회사 매출·핵심 지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일이 아닌 경우예요. 작은 개선을 빠르고 매끄럽게 처리하는 일만 반복하면 노력 대비 임팩트가 작아 보여요. 5년차에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예요.
넷. 너무 빠르고 매끄럽게 끝내서 일이 가벼워 보이는 경우. 야근하면서 갈등 없이 일정 안에 출시하는 패턴은 평가에서 양날의 검이에요. "어려운 일을 해냈다"가 아니라 "쉬운 일을 한 것 같다"로 인식되는 함정이 있어요. 일의 난이도·의사결정 포인트를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 따로 필요해요.
다섯. 영역이 두 개라 어느 쪽에서도 메인이 아닌 경우. 마케팅과 서비스 기획을 겸하는 구조면, 캠페인 결과는 마케팅팀의 공으로, 프로덕트 결과는 기획·개발팀의 공으로 분산되기 쉬워요. 두 영역 다 하는데 어느 쪽에서도 본인이 메인으로 안 잡히는 거예요.
어디에 무게가 쏠리나
체크해볼 만한 질문 몇 개예요.
- 출시 후 핵심 지표가 의미 있게 움직였나? 안 움직였다면 둘째 쪽이에요.
- 옆 팀 비슷한 동료가 같은 종류의 결과로 임팩트 인정을 받나? 받는다면 첫째·다섯째 쪽이에요.
- 본인이 잡은 일이 회사 한 줄 변화에 들어가는 일인가? 안 들어간다면 셋째 쪽이에요.
- 본인 일이 "그 사람이 했네"가 아니라 "팀이 같이 했네"로 정리되는 경향이 있나? 그렇다면 넷째·다섯째 쪽이에요.
보통 한두 개에 무게가 쏠려요.
어떻게 푸는가
원인별로 푸는 방법이 달라요.
셋째·넷째·다섯째는 본인이 직접 손봐야 하는 영역이에요. 일의 사이즈를 키우고, 어려움·의사결정을 보이게 만들고, 본인 소유권을 명확히 하는 건 외부에서 가르쳐주기 어려워요. 어떤 일을 잡고 그걸 본인 결과로 묶어내느냐는 본인이 만들어가는 문제거든요. 분기 시작 시점에 "이번 분기 내가 책임지는 한 줄"을 본인이 정의해서 상사와 합의하고, 결과 정리할 때 그 한 줄에 본인이 한 일을 묶어내는 사이클이 깔려야 해요. 겸직 구조라면 두 영역 중 본인이 주인공인 결과 한 가지를 분기마다 만들고, 나머지는 그 결과를 받쳐주는 일로 재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첫째와 둘째는 결이 좀 달라요. 첫째(인정 안 됨)는 분기 시작 시점에 상사와 "이번 분기에 우리가 만들 변화"를 한 줄로 합의해두고, 그 한 줄 위에서 본인 일과 결과를 묶어내는 사이클이 깔려야 풀려요. 평가 시즌에 가서 임팩트를 증명하려고 하면 늦어요. 둘째(결과 자체가 없음)는 다음 기획부터 만들기 전에 진짜 고객 다섯 명 이상을 만나서 문제부터 검증하는 흐름이 디폴트 워크플로우에 박혀 있어야 해요. 책상에서 잡은 문제와 실제 고객이 돈·시간을 쓰면서 풀고 있는 문제는 거의 항상 다르거든요.
잘 빠지는 함정
하나, 한 원인으로 단정 짓기. 보통은 한두 개에 쏠리지만, 다른 원인도 같이 약한 경우가 많아요. 한 번에 한 축씩 가는 건 맞지만 "이건 아니다"가 아니라 "이번 분기엔 이 축부터"로 접근하세요.
둘, "더 큰 기능 / 더 강한 기획서"로 점프하기. 가장 흔한 패턴인데 어느 원인이든 답이 아니에요. 사이즈는 "더 크게"가 아니라 "다른 일을 잡는" 문제고, 인정은 정렬·패키징 문제예요. 어느 원인이든 "더 크게"로는 안 풀려요.
셋, 조급해서 점프 결정 내리기. 연봉 동결 + "임팩트 없다" 피드백을 받으면 "여기 안 되겠다, 옮기자"가 가장 빠르게 떠오르는 액션이에요. 근데 진단 없이 옮기면 다음 회사에서 같은 패턴이 거의 그대로 반복돼요. 적어도 한 사이클은 진단을 가지고 다음 분기를 돌려보는 게, 점프든 머물든 더 좋은 결정으로 이어져요.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보통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로 가요. 자책하면서 "내가 부족했다"로 정리하거나, 평가자 탓으로 돌리면서 "회사가 나를 못 알아본다"로 정리하거나. 둘 다 1년 더 같은 자리에 있게 하는 결론이에요.
대신 이렇게 분해해보세요. 다섯 원인 중 어디에 무게가 쏠리나. 그 한 줄이 다음 분기 액션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요.
피드백과 동결을 같이 받았다는 건, 평가자가 본인에 대한 기대를 놓진 않았지만 다음 사이클엔 다른 결과가 필요하다는 메시지예요. 정말 내보낼 사람한텐 면담도 동결도 안 들어가요. 지금은 회사가 본인한테 한 사이클을 더 주고 있는 시점이에요. 그 사이클을 어떻게 쓸지가 다음 분기의 진짜 과제예요.